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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진담⑤] 세운상가 키드...구태언 테크앤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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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진담⑤] 세운상가 키드...구태언 테크앤로 변호사
  • 길민권
  • 승인 2013.07.1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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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도의 꿈 접고 검사로…이젠 로펌 대표변호사로
“IT와 정보보호 분야에 독보적 전문 로펌으로 성장시킬 것”
제34회 사법시험 합격,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컴퓨터수사부 검사, 기술유출범죄수사센터 검사, 김앤장 변호사, 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IT전문 변호사, 개인정보보호 및 정보보호 전문 변호사, 기술유출 및 영업비밀 전문 변호사, 기업 정보보호 법률 자문, 인터넷 비즈니스 법률자문. 국내 주요 개인정보유출 사건 변호, 개인정보보호 정책 개선에 기여. 이런 화려한 이력과 경력을 소유한 자. 바로 구태언 변호사다.
 
취중진담 다섯번째 이야기는 구 변호사의 어제와 오늘을 담아봤다. 그의 사무실이 있는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만나 건너편 세종문화회관 근처 오리고기 전문점 ‘금강산’에서 오리고기와 인삼주를 시켜놓고 이런저런 대화를 이어갔다. 

 
-요즘 바쁘시죠? 법률사무소 운영부터 기업자문, 발표, 토론회 참석 등 종횡무진이신데 석사학위 논문까지 준비 중이라고 들었어요. 주제가 뭔가요? 주제가 넘칠 것 같은데.
주제가 너무 많아서 하나 선택하는게 더 힘드네요. 최근 하나 정해서 준비중이에요. 바로 사이버테러시 적용할 형사소송절차의 특례법이에요.
 
-어떤 내용인지 소개 좀 해주세요.
지난 농협 사건이나 3.20 사건을 북한 소행이라고 말해요. 농협의 경우는 사건 발생 이후 3개월 만에 파악이 되고 북한이란 결론이 났어요. 만약 북한의 소행이란 것을 초기에 알았다면 사이버사령부가 움직여야 할 사안이죠. 공격이 사이버전 개념이라면 사이버사령부가 주도적으로 움직여야 하죠. 하지만 사태 파악하는데 농협만 해도 3개월이 소요됐어요. 수사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거죠. 민간이 담당할지 군이 담당할지 애매해요. 앞으로 이런 상황이 계속 발생할거에요. 군사적 목적의 사이버전쟁 개념이면 수사에 경찰과 사이버사령부가 같이 움직여야 하는데 지금은 그게 어려운 상황이죠.
우리나라 현재 수사시스템은 적국이 전방위적인 사이버공격을 감행할 때 등 긴급상황에 대비한 수사체계가 잡혀있지 않아요. 급박한 테러나 사이버전이 발생했을 때 수사시스템은 평상시와는 달리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재는 아무리 급해도 검사 청구를 거쳐 판사 영장을 받아야만 압수수색을 할 수 있어요. 사이버공격 수사는 손이 많이 가요. 만약 경유지 10곳을 거쳐 공격했다면 규정상 10번의 영상을 받아 수색할 수 있는 것이 현재 구조죠. 그런데 영장 하나 받는데 최소 1박2일이 걸려요. 이런 식이라 경로 파악하는데만 한 달이 걸리는 거죠. 경로를 빨리 파악해서 범인을 검거해야 재공격을 막을 수 있는데 아직 이에 대한 대책이 없어요. 그래서 논문 주제를 사이버테러시 적용 할 형사소송절차의 특례법의 필요성 정도로 잡았어요. 긴급할 때는 영장없이 빠른 절차로 진행하돼 사후 심사를 통해 통제도 해야겠죠. 아무튼 석사 논문 주제는 그쪽으로 잡고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꿈이 검사나 변호사였어요?
그건 아니에요. 저는 중학교 때부터 세운상가 키드였어요. 세운상가에서 전기전자 부품들을 사서 직접 전자회로 기판도 만들고 납땜도 해서 라디오 만들기 등 전기전자쪽에 관심이 많았어요. 중학교때 세운상가에서 컴퓨터를 처음보고 완전 충격이었죠. 어렵사리 컴퓨터를 장만해 베이직 공부를 독학으로 시작했어요. 당시 유명했던 관련 잡지도 섭렵하면서 컴퓨터 공부에 빠져들었어요. 그래서 공대 전기전자과 정도를 생각했었는데 고2때 아버지 권유로 문과를 선택하고 법대에 진학하게 됐죠. 아버님이 당시 법무부 공무원이셨는데 제가 검사가 되길 그렇게 바라셨어요. 그래서 사법시험 준비해서 합격하고 사법연수원 거쳐 검사일을 시작하게 됐죠.
 
-인생이 IT전문가에서 법조인으로 바뀐거군요.
검사가 됐지만 IT를 좋아하는 본성을 거스를 수는 없었어요. 91년부터 PC통신에 눈을 떠 하이텔에서 법률동호회를 운영했어요. 이름이 법촌 동호회였죠. 당시 회원만 3천5백명이 넘었어요. 공부하는 학생과 현직 법조인들도 많았어요. 동호회를 운영하면서 선배 법조인들도 많이 알게 됐고 선배들도 내가 IT쪽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그때부터 알게됐죠. 그리고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검찰 공익복무를 할 때는 서울지검 선배 검사들에게 PC도 직접 조립해서 팔기도 했어요. 용산에서 직접 부품을 구입해 조립해서 큰 마진없이 선배들에게 판매하는 등 서울지검에서 유명했죠. 또 96년에는 IT법조인들이 모여 정보법학회도 만들었어요. IT와 법을 연계해 연구하는 조직이었어요. 그래서 검찰 내부에서도 IT를 잘 아는 검사로 소문이 많이 났죠.
 
-그래서 컴퓨터범죄수사부에서 일하시게 된거에요?
네 인천지검, 홍성지검을 거쳐 서울지검(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2002년 발령을 받으면서 컴퓨터범죄수사부에서 일하게 됐어요. 지금 첨단범죄수사부의 전신이죠. 그때부터 정식 업무로서 사이버수사를 처음 하게 된거에요. 서울지검으로 발령받으면서 당시 컴퓨터범죄수사부 한봉조(현 법무법인 송백 변호사) 부장검사님께서 저를 그쪽으로 스카웃하셨어요. 그곳에서 3년 반 사이버범죄 수사를 담당했죠.
 
-주로 어떤 수사를 담당하셨어요?
아동포르노 범죄부터 포털사를 대상으로 한 게임머니 180억원 증발사건 등 크고 작은 사이버범죄 수사를 했죠. 또 영업비밀이나 기술유출 사건도 담당했어요. 기술유출 사건도 알고 보니 내부정보보호 문제더라구요. 그런 실전 수사과정을 통해 더욱 IT와 사이버범죄 그리고 정보보호에 대한 공부를 더 깊이 있게 할 수 있었죠. 또 주로 범죄자 PC를 압수수색해서 조사하다 보니 디지털포렌식의 중요성을 알게 됐어요. 제대로된 디지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 법정에서 무죄가 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컴퓨터범죄수사부 주도하에 디지털포렌식센터를 만들게 됐죠.
 
-검사에서 변호사로 전향하셨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2002년부터 2005년 8월까지 컴퓨터범죄수사부에 근무하다 8월 철도청 유전개발 특검 업무를 마지막으로 검사 옷을 벗고 2006년 1월 김앤장 변호사로 옮기게 됐죠.
사실 2004년에 아버님께서 암 진단을 받으셨어요. 검사일 하면서 제대로 챙겨드리지도 못했죠. 아버님께서 항암치료 거부하시고 식이요법만으로 치료하시다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결국 항암치료를 받으시다 돌아가셨어요. 당시 검사 월급으로는 감당이 안됐어요. 검사 월급은 수사비로 거의 다 빠져 나가고 공무원 월급으로는 감당이 안돼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37살 당시 검사복을 벗은 거죠. 그리고 김앤장 문을 두드렸고 그곳에서 5년 8개월을 일하게 됐죠. 그런데 변호사 되고 1년 4개월 만에 아버님께서 돌아가셨어요.
검사 그만둔게 많이 아쉽긴 하죠. 검사생활 8년, 공익복무까지 치면 검찰에 11년 일했죠. 그 일이 싫거나 못해서 그만둔게 아니라서 아쉽죠. 그래도 이왕 변호사가 된 거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김앤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죠. 정보통신관련 법률자문, 개인정보보호, 산업기술보호 등 업무에 디지털포렌식 팀장까지 맡았어요. 또 2008년 옥션 사건 변론부터 현대캐피탈, SK컴즈, 농협 IBM 사건 등 굵직한 해킹사고 변론에 참여했죠. 김앤장 나와서는 넥슨 사건도 담당했구요. 
 
-김앤장을 그만두고 독립을 하셨는데 어떠세요?
김앤장을 그만둔 이유는 물론 많은 경험도 얻었지만 이 분야만 집중적으로 하고 싶었어요. 아무래도 큰 조직이라 행정업무도 있고 다른 업무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 IT와 정보보호 분야 업무에만 매진하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독립을 결심하게 됐죠. 중학교때부터 지금까지 30년간 컴퓨터를 다루고 20년간 네트워크를 다루고 12년 간 사이버범죄수사 관련 법률을 다뤄왔어요.
좋아하는 IT 분야를 접목해서 법률가로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할 따름이죠. 테크앤로 법률사무소 시작한게 벌써 9개월이 지났네요. 그전까지는 월급을 받으며 살다가 이제는 월급을 줘야 해서 더 열심히 하고 있죠. 
 
-큰 사건들 많이 담당하셨는데 느끼신 점이 있다면?
평소 기업 정보보호 법률자문도 많이 하고 있어요. 개인정보보호도 그렇고. 우선 사고발생시 법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을 꼭 준수하도록 자문하고 있어요. 요즘 대기업들은 대부분 법 준수를 잘하고 있어요. 하지만 사고는 날 수밖에 없어요. 미국 정부도 해커들에게 당하는 판에 기업들에게 해커들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좀 무리가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법에서 정한 법적 기술적 보호조치를 다해야 해요. 그리고 정보보호나 개인정보보호 전담조직을 형식적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계속 강조하고 있죠. 또 지금까지 공개된 대형 해킹사고들 중 직접 해킹사실을 공개한 기업들을 마치 부도덕한  기업으로 몰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해킹사고를 미리 공개해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보인 기업들이죠. 이런 기업들을 부도덕한 기업으로 낙인 찍기 시작하면 기업들은 더욱 해킹사실을 숨길거에요. 숨겨서 피해를 확산시키는 것 보다 차라리 공개한 기업들은 어느정도 인정해 줘야 긍정적 분위기가 조성될 것 같아요.
기업들은 법에서 하라는 것 우선적으로 지키고 형식적 조직이 아닌 실제 가동하는 정보보호나 개인정보보호 조직을 반드시 만들어 운영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CEO들이 변해야 해요.
 
-앞으로 IT가 더욱 발전하면서 관련 법조인들도 더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
맞아요. 기술과 법률을 동시에 이해하는 전문가들이 앞으로 더욱 필요할거에요. 이 분야에서 일하려면 법 이외에 프로그래밍도 배워야 하고 컴퓨터와 네트워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으면 어려워요. 최신 IT비즈니스 구조도 알아야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침해범죄를 수사할 수 있는 거죠. 이제 로스쿨 시대인 만큼 공대에서 IT공부를 한 후에 법 공부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해요. 법을 먼저 공부하고 IT공부하는 것은 어렵다고 봐요. 그래서 우리 사무소 이름도 ‘테크앤로’로 정했어요. 이 분야에서는 법보다 기술이 먼저죠. 앞으로 기술법률가들 많이 필요할 거에요. 저도 법조인이 되기 전 20년간 IT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공부한 것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기술과 법을 동시에 하는 사람이 필요해요. 지금 태부족인 상황이죠.
 
-테크앤로 법률사무소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이제 9개월 됐어요. 처음엔 2명이서 시작했는데 이제 변호사가 6명이에요. 6명이 매일 야근해야 할 정도로 일이 많아요. 검사 시절부터 수사와 변론을 통해 알게 된 기업들과 계속 일을 하고 있어요. 또 그 분들이 소개시켜 주는 기업들도 많구요. 그래서 더 확장을 해야 하는데 1년 정도 시점에서 지금보다 좀더 확장시키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또 3년 안에 30명 정도 조직으로 키우고 싶어요. IT와 정보보호, 개인정보보호, 산업기술유출방지, 지식재산권, 저작권, 기업자문 등에 특화된 독보적인 전문로펌으로 성장시켜 나갈 계획을 갖고 있어요.
 
그는 인터뷰를 마치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 봐야 한다고 했다. 시간이 벌써 밤 9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세운상가 키드에서 검사로 그리고 이제는 IT전문 로펌 대표 변호사로 숨가쁘게 살아가고 있는 구태언 변호사. 자신이 어려서부터 좋아하던 분야를 포기하지 않고 법률과 연결해 자신만의 독보적인 분야를 개척해 나가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3년 뒤 그와 테크앤로 법률사무소의 변화된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데일리시큐 길민권 기자 mkgil@dailysec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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